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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보는 과학자의 세 관점 - 노마, 무신론, 신 없는 종교

by korea-billionaire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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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과학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더욱 서로 상극인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이게 새로운 현상은 아니죠. 과학과 종교는 오랜 시간 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 갈등은 유효합니다. 흥미롭게도 과학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종교는 여전히 사람들의 일상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얼핏 아이러니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과학자들이 종교를 어떻게 보는지 세 가지 관점을 짚어보고 이 시대에 우리가 취해야 할 현명한 입장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1. 노마(NOMA, Non-Overlapping Magisteria)

 스티븐 제이 굴드의 견해로 "종교와 과학은 전혀 다른 영역이므로 그 둘이 겹치거나 충돌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짧게 말하면 종교는 믿음의 영역이고 과학은 사실과 논리적 추론의 영역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무한히 많은 정보를 만들어 냅니다. 사람은 살기 위해 그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선택해야 그다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 선택이 옳다는 믿음이 없으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믿음의 존재이고 우리의 뇌는 믿음 엔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에 과학은 이론의 바탕 위에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관찰과 실험을 거쳐 검증해서 조금씩 높은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 방법론적 시스템입니다. 관측되거나 측정된 사실(측정값)이 중요하고 그 데이터를 해석할 이론과 경험이 중요합니다. 최고의 합리성이 요구되며 불확실하고 실제 근거가 없는 주장은 거부됩니다. 간단히 말해 측정될 수 없고 측정되어도 그 데이터를 설명할 이론적 근거가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는 게 과학입니다. 그러니 신의 존재를 늘 따져 묻고 과학의 방법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을 믿음의 근거로 삼는 종교와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이 견해와 같은 입장입니다. 종교의 입장과 과학의 입장 둘 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립의 시각으로 볼 게 아니라 서로 보완해 나가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틀로 상대방을 끼워 맞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2. 과학적 회의론의 비판적 관점에 따른 무신론

 리처드 도킨스의 견해로 "종교의 신은 인간 권력의 역사가 만들어 낸 관념적 도구이므로 이런 허구의 개념 위에 기반한 종교는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관념적 도구이고 허구의 개념 위에 기반한다고 의미가 없다고 하는 것은 심한 도약이라고 봅니다. 추론의 과학성과 논리성도 떨어집니다. 

 

 관념적 도구도 분명히 실재하며 허구와 실제의 개념도 양자론의 등장으로 더 이상 뚜렷이 이분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측과 추정, 허구적 부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논픽션은 과연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픽션에는 허구만 있을까요? 저는 도킨스가 인간의 정치권력이 종교의 힘을 악용한 제정일치 시대의 모순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생각합니다. 

 

3. 신 없는 종교

 윌슨(David Sloan Wilson)의 견해입니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는 하지만 종교는 신을 상정하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즉, 이 견해는 절대자인 신을 상정하지 않는 종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인간은 신의 존재와 무관하게 종교심, 경외의 마음, 숭고함의 감정 등의 의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진화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종교를 외경심과 같은 심리적 감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심리학적으로는 무난한 관점이지만 기독교나 이슬람교와 같은 유일신 종교와 기타 많은 종류의 신을 인정하는 다신교를 제외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현실 종교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므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결론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종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화론과 빅뱅이론, 그리고 양자론이 현대인들의 사유세계로 깊이 들어옴에 따라 종교인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지요. 그래서 반대급부로 아예 진화론을 부정하고 빅뱅이론과 양자론은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종교를 믿는 과학자들이 한국에서는 창조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과학계와 대립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과학기술에 경도된 사람들은 합리적 이성의 시대에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서로 대립할 게 아니라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코로나로 대표되는 질병 위기 등 당면한 인류의 문제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고 인간과 인간 사회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상호보완적인 협력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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